학교비정규직 노동자들이 처음으로 총파업을 했던 2012년 11월 9일 직전 당시 서울 서대문구에 있던 전국학비노조 사무실에 갔었다. 밀려드는 취재진과 언론의 문의 전화에 사무실은 그야말로 ‘임진왜란은 난리도 아닌’ 상태였다. 배달시킨 밥도 못 먹으면서 인터뷰하고 조직점검하고 실무준비 하던, 옆에 있던 내가 다 숨 막히고 떨리던 시간을 잊지 못한다.
처음에는 욕도 많이 먹었다. 초기 학교비정규직 노조원 중 다수가 급식 노동자다 보니 보수언론은 꼬박꼬박 ‘급식대란’이라며 전통적인 ‘파업=이기주의’ ‘파업=국민불편’ 프레임을 펼쳤다. 학교비정규직 힘든 건 다 알지만 그래도 애들 밥을 거르게 해서야 되냐는, 참으로 편파적인 중도코스프레도 빠지지 않았다.
벌써 5년이 돼간다. 그 사이 여론은 많이 변했다. 노동자의 정당한 권리행사를 막는 것이야말로 이기주의라는 시민의식이 높아졌다. 급식실 하루 파업해도 배달도시락도 있고, 빵과 간식도 있어 굶어죽는 게 아니라는 경험치도 쌓였다. (실제 학생들 중엔 별식을 먹는다고 좋아하는 현상도 있다.) 무엇보다 심각하다 못해 극악해지는 비정규직 문제가 자라나는 아이들에게도 절망을 안겨준다는 사회 공통의 위기감 커졌다. 어쩌면 2012년 파업 때 급식을 대체한 학생 중 누군가는 지금 비정규직 차별 앞에 고통받고 있을지도 모른다.
그러나 여론은 얼마나 변덕스러운가. 말은 또 얼마나 부유하나. 세상이 바뀌어도 철모르는 일부 언론이 올해도 어김없이 급식대란을 설파하고 정규직과 비정규직의 갈등을 부풀리는 기사를 쏟아내는 것도, 여론과 말을 갖고 놀 수 있다는 ‘근자감’ 때문이다.
여론의 풍향이나 권력의 태도와 상관없이 노동자들이 믿을 것은 스스로의 힘이었다. 현재 우리나라 학교에서 일하는 전체 비정규직은 38만여명이다. 이중 방과후교사나 예술강사 등은 별도 노조가 있다고 한다. 흔히 말하는 학교비정규직노조의 가입대상은 14만명 정도로 파악한다. 전국학교비정규직노조, 공공운수노조 학교비정규직본부, 여성연맹 등에 가입한 조합원이 6만명을 헤아린다. 짧은 기간 전국 구석구석에 흩어져있는 노동자들의 단결은 가히 기적이라 할 수 있다.(물론 인간사에 기적은 없다.)
학교비정규직 노동자들이 처음으로 이틀간의 총파업을 하고 있다. 동네마다 떨어져있는 노동자들이 하나의 단체행동을 하기 위해 얼마나 눈물나는 수고를 했을지 헤아리기도 어렵다. 그러니 고단한 생활에 굴하지 않고 열악한 처우를 개선하고 인간다운 삶을 이루겠다는 이들에게 누가 감히 이기주의의 딱지를 붙일 수 있나.
학교에서 일하는 노동자 가운데 절반만 정규직이고 절반이 비정규직인 것이 지금의 현실이다. 학교를 바꾸고 세상을 바꿔야 아이들이 살아갈 미래도 달라진다. 그래서 학교비정규직 노동자들의 투쟁은 그들 자신과 동시에 모두를 위한 투쟁이다. 날 더운데 조심들 하시고 노력하신 만큼 성취하시기를 진심으로 응원한다.